서울국제도서전 굿즈 직접 사봤더니, 예쁜 것보다 오래 쓰는 게 남았다

얼마 전 서울국제도서전에 갔다가 입장한 지 20분 만에 손에 종이봉투가 두 개나 생겼다. 책을 사러 간 건데, 솔직히 처음 시선을 잡아끈 건 서울국제도서전 굿즈 쪽이었다. 에코백, 배지, 북마크, 스티커, 포스터까지 종류가 꽤 많았고 부스마다 분위기도 달라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근데 현장에서 막상 사보니 예쁜 것과 잘 쓰는 것은 조금 달랐다. 사진 찍기 좋은 굿즈가 있고, 집에 와서도 계속 손이 가는 굿즈가 따로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실제로 둘러보며 느낀 구매 기준과 덜 후회하는 고르는 법을 적어본다.
현장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에코백과 문구류
서울국제도서전 굿즈 중 가장 많이 보이는 건 역시 에코백이었다. 공식 굿즈든 출판사 굿즈든 가방류는 거의 빠지지 않았다. 가격대는 대체로 1만 원대부터 3만 원 안팎까지 다양했고, 소재나 프린트 방식에 따라 차이가 컸다.
에코백은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이 강하다. 책을 몇 권 사면 손이 금방 무거워지는데, 이때 튼튼한 에코백 하나가 있으면 체감 만족도가 꽤 높다. 다만 얇은 천에 프린트만 예쁜 제품은 집에 와서 세탁 후 모양이 흐트러질 수 있어서 손잡이 박음질과 바닥 폭을 먼저 봤다.
문구류는 부담이 적었다. 북마크, 엽서, 스티커, 메모지는 1천 원대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지갑을 크게 열지 않아도 기분을 낼 수 있었다. 특히 북마크는 책 읽는 사람에게 실제 사용성이 높아서 선물용으로도 무난했다.
사은품 굿즈는 생각보다 조건 확인이 중요했다
출판사 부스에서는 책 구매 금액에 따라 굿즈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2만 원 이상 구매 시 엽서 세트, 3만 원 이상 구매 시 파우치, 특정 도서 구매 시 작가 일러스트 북마크 같은 식이다. 그냥 공짜처럼 보이지만 결국 책 구매와 연결되어 있으니 조건을 먼저 보는 게 좋았다.
제가 가장 아쉬웠던 건 굿즈 때문에 책을 고른 순간이었다. 평소 관심 있던 책이면 괜찮은데, 굿즈가 마음에 들어서 급하게 산 책은 집에 와서도 손이 잘 안 갔다. 반대로 이미 살 생각이 있던 책에 굿즈가 붙어 있으면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 먼저 사고 싶은 책 목록을 3권 정도 적어두기
- 굿즈 조건은 금액보다 도서 지정 여부를 먼저 확인하기
- 부피 큰 굿즈는 행사장을 더 둘러본 뒤 받기
- 무료 배포 굿즈는 품절 시간이 빠를 수 있으니 초반에 확인하기
이렇게만 해도 충동구매가 꽤 줄었다. 현장에서는 사람이 많고 줄도 길어서 판단이 빨라지는데, 미리 기준이 있으면 덜 흔들린다.
예쁜 굿즈보다 오래 남는 굿즈의 기준
서울국제도서전 굿즈를 고를 때 저는 세 가지를 봤다. 첫째는 실제로 쓸 장면이 있는지, 둘째는 보관이 쉬운지, 셋째는 도서전의 기억이 느껴지는지다. 이 기준으로 보면 의외로 대형 포스터보다 작은 북마크나 배지가 더 오래 남았다.
포스터는 현장에서 보면 정말 예쁘다. 그런데 집에 와서 액자를 사야 하고, 벽에 걸 자리를 찾아야 한다. 이 과정이 귀찮으면 결국 책장 옆에 말린 채로 남는다. 반면 북마크는 바로 책 사이에 넣으면 끝이다. 작고 가볍고, 볼 때마다 도서전에서 돌아다니던 느낌이 떠오른다.
파우치도 괜찮았다. 충전기, 립밤, 이어폰 같은 작은 물건을 넣기 좋아서 실사용률이 높았다. 다만 밝은 천 소재는 때가 잘 타고, 지퍼가 약한 제품은 금방 손이 안 간다. 가능하면 안감 처리와 지퍼 움직임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편이 낫다.
예산은 3만 원 단위로 나누니 덜 흔들렸다
처음에는 굿즈 예산을 따로 안 잡고 갔다. 그랬더니 5천 원, 8천 원짜리를 몇 번 사는 사이 금액이 훌쩍 올라갔다. 다음에는 아예 책 예산과 굿즈 예산을 분리했다. 책은 책대로, 굿즈는 굿즈대로 3만 원 정도를 정해두니 훨씬 편했다.
개인적으로 3만 원 안에서는 북마크 2개, 스티커 1세트, 파우치 1개 정도가 가장 만족스러웠다. 에코백을 사면 예산 대부분을 차지하니 다른 소품은 줄이는 게 맞았다. 굿즈가 목적이라면 에코백 하나를 중심으로 고르고, 책이 목적이라면 소형 문구류 위주가 부담이 적었다.
현장에서 바로 써먹은 작은 기준
- 사진만 예쁜 굿즈인지, 내 책상에서 쓸 물건인지 구분하기
- 같은 종류는 2개 이상 사지 않기
- 한 바퀴 돈 뒤에도 생각나는 것만 사기
- 선물용은 취향 타는 배지보다 북마크나 엽서 고르기
특히 한 바퀴 규칙이 꽤 효과가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다 예뻐 보이는데, 전시장을 돌고 나면 계속 생각나는 것만 남는다. 그때 다시 가서 사면 후회가 적었다.
제가 다시 간다면 이렇게 살 것 같다
다음에 서울국제도서전에 간다면 저는 입장하자마자 공식 굿즈를 먼저 훑고, 바로 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다음 관심 출판사 부스를 돌면서 책 구매 조건 굿즈를 확인하고, 마지막에 공식 굿즈나 독립출판 부스 소품을 고르는 순서가 가장 효율적이었다.
굿즈만 놓고 보면 작은 문구류가 제일 안정적이었다. 북마크는 쓰임이 확실하고, 엽서는 보관이 쉽고, 스티커는 다이어리나 노트에 붙이기 좋다. 에코백은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이 아니라면 급하게 사지 않아도 된다. 집에 비슷한 가방이 이미 몇 개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서울국제도서전 굿즈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느낌보다 그날의 분위기를 조금 가져오는 느낌에 가깝다. 그래서 비싼 것보다 자주 꺼내 쓰는 것이 더 오래 남았다. 제 기준에서는 책 사이에 꽂힌 북마크 하나가 행사장에서 산 어떤 큰 굿즈보다 더 확실하게 그날을 떠올리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