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빵만들기 직접 해봤더니, 생각보다 어려웠던 건 반죽이 아니었다

Last Updated :
집에서 빵만들기 직접 해봤더니, 생각보다 어려웠던 건 반죽이 아니었다

처음엔 오븐보다 손이 더 문제였다

얼마 전 동네 빵집에서 식빵 한 줄을 샀는데 가격표를 보고 잠깐 멈칫했다. 자주 먹는 빵인데 한 번 살 때마다 5천 원, 6천 원이 훌쩍 넘어가니 괜히 집에서 만들면 더 싸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빵만들기는 늘 막연하게 어려운 취미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해보니 어려운 지점이 조금 달랐다. 재료보다 시간, 장비보다 기다림, 그리고 생각보다 손 감각이 중요했다.

처음 만든 건 가장 기본적인 우유 식빵이었다. 강력분 300g, 우유 190ml, 설탕 25g, 소금 5g, 드라이이스트 4g, 버터 25g 정도로 시작했다. 레시피마다 숫자가 조금씩 다른데, 처음에는 너무 응용하지 않고 기본 비율을 따라가는 게 훨씬 편했다. 특히 밀가루 양은 대충 잡으면 반죽 상태가 금방 달라져서 저울은 거의 필수에 가까웠다.

재료비만 보면 싸지만, 첫 판은 연습 비용이 들어간다

집에서 빵만들기를 하면 정말 돈이 절약될까 싶어서 대충 계산도 해봤다. 강력분 1kg을 3천 원대에 사고, 드라이이스트와 버터, 우유까지 넣어도 식빵 한 덩어리 재료비는 대략 2천 원 안팎이었다. 빵집 식빵보다 싸긴 했다. 그런데 첫날에는 이 계산이 너무 단순했다는 걸 바로 알았다.

버터를 실온에 꺼내두는 걸 잊어서 반죽에 잘 섞이지 않았고, 발효 시간이 길어지면서 저녁 시간이 애매해졌다. 오븐 예열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재료비는 낮지만 처음 몇 번은 실패 가능성까지 포함해야 했다. 나는 첫 식빵을 꺼냈을 때 윗면은 그럴듯했지만 속이 살짝 촘촘하고 무거웠다. 빵집 식빵처럼 쭉 찢어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 강력분은 중력분보다 탄력이 좋아 빵 식감에 유리했다.
  • 드라이이스트는 개봉 후 밀봉해서 냉장 보관하는 편이 나았다.
  • 버터는 차가운 상태보다 말랑한 상태가 반죽에 섞기 쉬웠다.
  • 처음부터 견과류나 초코칩을 많이 넣으면 반죽 상태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반죽보다 발효가 더 헷갈렸다

솔직히 반죽은 힘들긴 해도 눈에 보인다. 끈적하면 조금 더 치대고, 표면이 매끈해지면 어느 정도 감이 온다. 그런데 발효는 눈치 게임 같았다. 레시피에는 1차 발효 60분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집 온도가 20도일 때와 27도일 때 결과가 꽤 달랐다. 여름에는 50분 만에 충분히 부풀었고, 쌀쌀한 날에는 80분을 둬도 부족한 느낌이었다.

내가 가장 도움이 됐던 기준은 시간이 아니라 부피였다. 1차 발효는 반죽이 처음보다 약 2배 가까이 부풀었는지 보는 게 낫다. 손가락에 밀가루를 묻혀 반죽을 찔렀을 때 구멍이 천천히 유지되면 대체로 괜찮았다. 바로 튀어 올라오면 발효가 덜 된 편이고, 푹 꺼지면 과발효 쪽에 가까웠다.

2차 발효도 비슷했다. 식빵 틀에 넣고 틀 높이의 80~90% 정도까지 올라왔을 때 구웠더니 모양이 가장 안정적이었다. 처음에는 더 크게 부풀면 좋을 줄 알고 오래 뒀는데, 오븐에 들어간 뒤 힘없이 주저앉았다. 빵만들기에서 기다림은 길수록 좋은 게 아니라 적당한 지점을 찾는 일이었다.

오븐 온도는 레시피보다 우리 집 기준이 필요했다

레시피에는 180도에서 25분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우리 집 오븐은 윗불이 강한 편이었다. 첫 판은 윗면 색이 너무 빨리 나서 15분쯤부터 불안했다. 두 번째부터는 170도로 낮추고 중간에 호일을 살짝 덮었다. 그랬더니 윗면은 덜 타고 속까지 익는 느낌이 훨씬 나았다.

작은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형 오븐을 쓴다면 팬 위치도 중요했다. 열선과 가까우면 윗면이 먼저 진해진다. 나는 아래 칸에 두고 굽는 쪽이 더 안정적이었다. 빵 내부 온도계를 쓰면 가장 정확하지만, 없을 때는 꺼내서 바닥을 톡톡 두드렸을 때 둔탁하지 않고 빈 듯한 소리가 나는지 확인했다. 물론 이 방법은 완벽하진 않지만 초보가 감 잡기에는 꽤 괜찮았다.

첫 빵에서 바로 티 나는 실수들

  • 소금을 이스트와 바로 닿게 넣으면 발효가 약해질 수 있었다.
  • 반죽이 질다고 밀가루를 계속 추가하면 빵이 단단해졌다.
  • 갓 구운 빵을 바로 자르면 속결이 뭉개졌다.
  • 식힘망 없이 바닥에 두면 아래쪽이 눅눅해졌다.

특히 갓 구운 빵을 바로 자르는 건 참기 어려웠다. 냄새가 너무 좋으니까 바로 칼을 들게 된다. 그런데 20~30분만 식혀도 단면이 훨씬 깔끔했다. 완전히 식히면 더 좋지만, 집에서 만든 빵의 재미는 따뜻할 때 한 조각 뜯어 먹는 데도 있어서 이건 취향의 문제 같았다.

초보라면 식빵보다 모닝빵이 마음 편했다

직접 해보니 첫 빵으로 식빵도 괜찮지만, 실패 부담이 적은 건 모닝빵이었다. 식빵은 틀 모양, 발효 높이, 굽는 정도가 은근히 신경 쓰인다. 반면 모닝빵은 40~50g씩 둥글려 팬에 올리면 모양이 조금 제각각이어도 귀엽게 나온다. 굽는 시간도 15분 안팎이라 확인하기 쉽다.

맛 차이도 꽤 컸다. 식빵은 속결이 아쉬우면 바로 티가 나지만, 모닝빵은 버터 향과 부드러운 식감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 다음 날 먹을 때는 전자레인지에 10초 정도 돌리거나, 반 갈라 팬에 살짝 구우면 다시 맛이 살아났다. 잼을 바르거나 달걀 샌드위치로 만들기도 편했다.

빵만들기를 계속할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비싼 장비를 사기보다 저울, 반죽볼, 스크래퍼, 식힘망 정도만 있어도 충분했다. 반죽기는 있으면 편하지만 꼭 필요하진 않았다. 손반죽은 15분 정도 하면 팔이 꽤 피곤했지만, 반죽이 점점 매끈해지는 걸 보는 재미가 있었다. 대신 주 2~3회 만들 계획이라면 반죽기가 시간을 많이 줄여줄 것 같았다.

내가 다시 만든다면 이렇게 시작한다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욕심을 조금 줄이고 모닝빵이나 작은 우유빵부터 만들 것 같다. 재료는 정확히 재고, 발효는 시간보다 부피를 보고, 오븐은 첫 판을 테스트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빵만들기는 레시피를 외워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집 온도와 오븐 성격을 알아가는 과정에 가까웠다.

그래도 신기한 건, 첫 빵이 완벽하지 않아도 꽤 맛있다는 점이었다. 모양이 삐뚤고 속이 살짝 무거워도 버터 향이 나고, 손으로 찢었을 때 김이 올라오는 순간에는 사 먹는 빵과 다른 만족감이 있었다. 생활비를 확 줄이겠다는 목적만으로 시작하면 조금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주말에 한 번쯤 천천히 손을 움직이고 싶은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괜찮은 집안 실험이었다.

집에서 빵만들기 직접 해봤더니, 생각보다 어려웠던 건 반죽이 아니었다 - 요약
집에서 빵만들기 직접 해봤더니, 생각보다 어려웠던 건 반죽이 아니었다 | 생활정보 : https://parkingsms.com/post/ecd23fab/2458
생활정보 © parkingsms.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