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서스 60을 며칠 들고 다녀봤더니, 오래된 똑딱이가 의외로 편했던 이야기

서랍에서 나온 익서스 60, 그냥 켜봤다
얼마 전 집 서랍을 뒤지다가 캐논 익서스 60을 발견했다. 예전에 가족들이 여행 갈 때 쓰던 작은 디지털카메라인데,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에 익숙해진 눈으로 보니 거의 장난감처럼 작아 보였다. 그런데 배터리를 충전하고 전원을 켜는 순간, 이상하게 다시 써보고 싶어졌다.
익서스 60은 2006년쯤 나온 600만 화소급 콤팩트 카메라다. 요즘 기준으로 숫자만 보면 별로 대단할 게 없다. 6.0MP, 광학 3배 줌, 2.5인치 LCD, SD 카드 사용. 스마트폰 카메라가 4천만 화소, 5천만 화소를 말하는 시대니까 스펙만 놓고 보면 비교가 어렵다. 근데 생활 속에서 며칠 들고 다녀보니, 숫자랑 실제 사용감은 조금 달랐다.
스마트폰보다 불편한데, 그래서 사진을 더 찍게 된다
처음엔 불편한 점이 바로 느껴졌다. 전원을 켜고 렌즈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초점도 빠릿빠릿하지 않다. 어두운 실내에서는 흔들린 사진이 꽤 나온다. ISO를 올리면 입자가 거칠어지고, 손떨림 보정도 요즘 기기처럼 믿음직하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진을 찍는 과정은 더 분명했다. 스마트폰은 화면을 켜면 카메라 말고도 알림, 메신저, 검색창이 같이 따라온다. 익서스 60은 그냥 사진만 찍는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줌 레버를 살짝 당기고, 반셔터로 초점을 잡은 뒤 셔터를 누른다. 이 과정이 귀찮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 내가 지금 사진을 찍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도 부담이 적었다. 본체 무게가 배터리 제외 약 140g 정도라서 주머니에 넣으면 묵직한 카드지갑 하나 넣은 느낌이다. 렌즈 화각은 35mm 환산 35-105mm 정도라 넓게 찍기엔 답답하지만, 카페 테이블, 골목 간판, 시장 진열대 같은 생활 장면을 담기엔 충분했다.
사진 결과물은 선명함보다 분위기 쪽이다
익서스 60으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에서 열어보면 스마트폰 사진과 차이가 바로 보인다. 스마트폰은 밝기와 색을 자동으로 강하게 다듬어서 첫눈에 또렷하다. 익서스 60은 그보다 얌전하다. 색이 살짝 눌리고, 밝은 부분은 쉽게 날아가고, 어두운 곳은 금방 뭉개진다.
근데 이게 꼭 단점으로만 느껴지진 않았다. 낮에 창가에서 찍은 컵, 오래된 아파트 복도, 흐린 날 버스정류장 같은 장면은 묘하게 예전 사진첩 느낌이 난다. 특히 플래시를 끄고 자연광에서 찍으면 요즘 앱 필터로 흉내 내는 ‘디카 감성’이 꽤 자연스럽게 나온다. 반대로 밤거리나 실내 음식 사진은 기대를 낮추는 게 맞다. 손이 조금만 흔들려도 흐릿하고, 조명이 복잡하면 색이 엉뚱하게 튄다.
직접 써보니 잘 맞는 장면은 따로 있었다. 낮 시간 산책, 창가 물건, 흰 벽 앞 인물, 오래된 간판, 책상 위 소품은 꽤 예쁘게 찍힌다. 반면 빠르게 움직이는 아이나 반려동물, 어두운 식당, 콘서트장 같은 곳은 답답했다. 이 카메라는 만능 카메라라기보다 느린 장면을 천천히 담는 물건에 가깝다.
중고로 산다면 확인할 부분이 꽤 있다
익서스 60을 지금 찾는다면 대부분 중고다. 그래서 가격보다 상태 확인이 더 중요하다. 오래된 디지털카메라는 외관이 멀쩡해도 배터리, 렌즈, 메모리 인식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전원을 켰을 때 렌즈가 부드럽게 나오고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 LCD에 검은 줄, 심한 멍, 노랗게 뜨는 현상이 있는지 봐야 한다.
- SD 카드를 넣었을 때 저장과 재생이 정상으로 되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 배터리 NB-4L이 너무 빨리 닳으면 추가 배터리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 플래시가 터지는지, 줌 레버가 헐겁지 않은지도 은근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본체만 덜렁 있는 매물보다 충전기, 배터리, SD 카드까지 같이 있는 쪽이 편했다. 특히 전용 충전기가 없으면 바로 테스트하기 어렵고, 추가로 구하는 과정이 귀찮다. 가격이 조금 낮아도 구성품이 빠져 있으면 실제 비용은 비슷해질 수 있다.
누구에게 맞고, 누구에게는 애매할까
익서스 60은 사진 품질만 따지면 최신 스마트폰을 이기기 어렵다. 확대해서 보면 디테일도 부족하고, 어두운 곳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여행 기록을 실패 없이 남기고 싶거나 아이 사진처럼 순간 포착이 중요하다면 스마트폰이 훨씬 낫다.
대신 이 카메라는 사진을 조금 다른 속도로 찍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다. 일부러 작은 카메라를 꺼내고, 몇 장만 찍고, 나중에 SD 카드를 빼서 컴퓨터로 옮기는 과정까지 포함해서 재미가 있다. 불편함이 취미가 되는 쪽이다. 요즘 중고 디카를 찾는 사람들이 왜 이런 오래된 모델을 다시 꺼내는지 조금 이해됐다.
며칠 써본 뒤 내 생각은 이렇다. 익서스 60은 실용적인 메인 카메라라기보다, 일상의 장면을 조금 느슨하게 남기는 작은 도구에 가깝다. 사진이 매번 완벽하진 않지만 그 덜 다듬어진 느낌이 은근히 오래 보게 만든다. 스마트폰 사진첩에 너무 비슷한 사진만 쌓이고 있다면, 이런 낡은 똑딱이가 꽤 신선한 선택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