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 엑슬림 Z400을 다시 꺼내 찍어봤더니, 폰카와 다른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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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 엑슬림 Z400을 다시 꺼내 찍어봤더니, 폰카와 다른 재미가 있었다

얼마 전 서랍을 뒤지다가 카시오 엑슬림 Z400을 발견했다. 충전기도 같이 나와서 별생각 없이 켜봤는데, 전원이 들어오는 순간 괜히 반가웠다. 요즘은 스마트폰 카메라가 워낙 좋아서 굳이 똑딱이를 들고 다닐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손에 쥐어보니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카시오 엑슬림 Z400은 2009년 전후로 많이 보이던 얇은 디지털카메라다. 1210만 화소, 광학 4배 줌, 28mm 광각, 3인치 LCD 같은 구성이었고 당시 기준으로는 꽤 실용적인 스펙이었다. 지금 기준으로 숫자만 보면 평범하다 못해 오래된 느낌이 강하지만, 실제로 써보면 이 카메라만의 성격이 분명히 있다.

처음 켜봤을 때 제일 먼저 느낀 점

가장 먼저 체감한 건 속도였다. 전원을 켜고 렌즈가 나오는 시간이 아주 빠르다고 하긴 어렵지만,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는 단순하다. 화면을 보고 셔터를 누르면 끝이다. 스마트폰처럼 잠금 해제하고, 앱을 열고, 렌즈를 닦고, 자동 보정 결과를 기다리는 흐름이 없다.

손에 잡히는 느낌도 의외로 괜찮았다. Z400은 얇고 가벼운 편이라 주머니에 넣기 쉽다.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넣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다만 요즘 스마트폰에 익숙한 상태에서 보면 버튼은 작고, 메뉴 이동은 약간 답답하다. 특히 설정을 자주 바꾸는 사람이라면 처음 며칠은 메뉴 구조에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화면은 3인치라 크기 자체는 답답하지 않은데, 해상도와 밝기는 시대 차이가 난다. 햇빛이 강한 바깥에서는 화면 확인이 쉽지 않았다. 대신 실내나 흐린 날에는 충분히 쓸 만했고, 사진을 찍고 바로 대략적인 구도와 흔들림을 확인하는 용도로는 큰 문제가 없었다.

사진은 요즘 감성보다 살짝 오래된 맛

집 근처 골목, 카페 테이블, 저녁 무렵 창가를 찍어봤다. 솔직히 선명도만 놓고 보면 최신 스마트폰이 훨씬 낫다. 어두운 곳에서는 노이즈가 빨리 올라오고, 밝은 하늘과 어두운 그늘이 같이 들어가면 명암 차이를 버티는 힘도 약하다.

그런데 묘하게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색이 과하게 똑똑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스마트폰 사진은 자동 HDR과 보정이 강해서 실패는 줄지만, 가끔 너무 말끔하게 다듬어진 느낌이 있다. Z400은 하이라이트가 날아가기도 하고 그림자가 뭉치기도 한다. 근데 그 불완전함이 일상 사진에는 꽤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특히 낮에 찍는 음식 사진이나 소품 사진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28mm 광각이라 좁은 테이블에서도 화면에 꽤 넓게 들어온다. 광학 4배 줌은 멀리 있는 간판이나 풍경 일부를 당겨 찍을 때 쓸 만했다. 디지털 줌까지 욕심내면 화질이 금방 무너지니 광학 줌 범위 안에서 멈추는 편이 낫다.

배터리와 메모리는 먼저 확인해야 한다

오래된 디지털카메라를 다시 쓰려면 카메라 상태보다 배터리 상태가 더 중요하다. Z400은 전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쓰는 방식이라, 배터리가 부풀었거나 충전 유지가 안 되면 사용감이 확 떨어진다. 내 경우 완충 후 반나절 정도 가볍게 찍는 건 가능했지만, 오래 들고 나가려면 예비 배터리가 있어야 마음이 편했다.

메모리카드는 SD 계열을 쓴다. 요즘 대용량 카드가 무조건 잘 맞는 건 아니라서, 2GB나 4GB처럼 작은 용량 카드가 오히려 속 편할 수 있다. 실제로 오래된 카메라들은 최신 SDXC 카드와 궁합이 애매한 경우가 있다. 집에 굴러다니는 카드가 있다면 먼저 포맷해서 인식되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 배터리가 부풀었으면 바로 사용하지 않기
  • 충전기는 정품 또는 호환 규격이 맞는지 확인하기
  • 메모리카드는 카메라에서 직접 포맷하기
  • 중고 구매라면 렌즈 먼지와 줌 작동 소리 확인하기

또 하나 신경 쓸 부분은 날짜 설정이다.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된 채 오래 보관된 카메라는 날짜가 초기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사진 파일을 옮겼을 때 촬영 날짜가 엉켜 있으면 은근히 불편하다.

중고로 살 만한지 따져보면

카시오 엑슬림 Z400을 지금 중고로 산다면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깨끗하고 선명한 기록 사진이 필요하다면 스마트폰이 낫다. 여행에서 실패 없는 사진을 남기고 싶어도 최신 폰이나 최근 콤팩트 카메라가 훨씬 안정적이다.

반대로 가볍게 들고 다니며 예전 디카 느낌을 즐기고 싶다면 꽤 재미있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빈티지 디카 감성에 관심이 있다면 Z400은 과하지 않은 선택이다. 너무 희귀해서 부담스럽지도 않고, 크기도 작고, 조작도 단순하다. 다만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면 굳이 따라갈 필요는 없다. 상태 좋은 배터리와 충전기, 정상 작동하는 렌즈가 포함되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5만 원 안팎에서 상태 좋은 구성이라면 취미용으로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배터리를 따로 사고 충전기도 따로 사야 한다면 총비용이 금방 올라간다. 그럴 땐 비슷한 시기의 다른 엑슬림 모델이나 소니, 캐논 똑딱이까지 같이 비교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며칠 써보고 남은 생각

카시오 엑슬림 Z400은 지금 기준으로 좋은 카메라라기보다, 사진 찍는 방식을 조금 느슨하게 바꿔주는 물건에 가깝다. 스마트폰처럼 바로 공유하고 보정하고 확대해서 확인하는 흐름은 약하지만, 셔터를 누르는 감각은 더 분리되어 있다.

나는 이 카메라를 중요한 촬영용으로 쓰진 않을 것 같다. 대신 산책할 때, 카페에 갈 때, 괜히 같은 골목을 다르게 보고 싶을 때 가방에 넣어둘 생각은 있다. 완벽한 사진보다 약간 어설픈 기록이 더 오래 남을 때도 있으니까. Z400은 딱 그런 쪽에 어울리는 작은 디카였다.

카시오 엑슬림 Z400을 다시 꺼내 찍어봤더니, 폰카와 다른 재미가 있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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