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결혼식 준비를 옆에서 도와봤더니 웨딩 비용의 진짜 구멍이 보였다

청첩장 받는 입장일 때는 몰랐던 것들
얼마 전 친한 친구가 결혼 준비를 시작했는데, 주말마다 같이 드레스숍도 가고 견적표도 들여다보게 됐다. 사실 나는 웨딩이라고 하면 예식장, 드레스, 사진 정도만 떠올렸다. 그런데 막상 옆에서 보니 작은 선택 하나마다 돈이 붙고, 그 돈이 생각보다 빠르게 커졌다.
처음 친구가 잡은 예산은 2,500만 원 정도였다. 양가 도움을 조금 받되 최대한 본인들 선에서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상담을 두세 군데만 다녀와도 예산표가 흔들렸다. 식대는 1인당 6만 원대라고 들었는데 보증 인원이 250명이 되니 식대만 1,500만 원을 넘겼고, 여기에 홀 사용료, 꽃 장식, 스냅, DVD, 본식 드레스 추가금이 줄줄이 붙었다.
근데 신기한 건 다들 처음부터 비싼 걸 고르는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항목이 하나씩 늘어난다. 웨딩 비용은 사치보다 불안에서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먼저 흔들린 건 예식장 비용이었다
예식장은 날짜와 시간에 따라 차이가 컸다. 같은 홀인데도 토요일 12시와 일요일 5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친구가 처음 본 토요일 점심 시간대는 식대 7만 원 초반, 최소 보증 인원 300명 조건이었다. 반면 일요일 오후는 식대가 6만 원대 초반이고 보증 인원도 200명까지 내려갔다.
물론 하객 입장에서는 토요일 점심이 편하다. 그래서 고민이 길었다. 그런데 실제 하객 명단을 엑셀로 적어보니 300명은 꽤 무리였다. 직장 동료, 부모님 지인, 친구의 친구까지 넣어야 겨우 맞는 숫자였다. 결국 친구는 일요일 오후 예식을 택했고, 이 선택 하나로 예상 지출이 500만 원 가까이 줄었다.
예식장 볼 때 체크했던 항목
- 식대에 음료와 주류가 포함되는지
- 최소 보증 인원을 줄일 수 있는지
- 홀 사용료가 따로 있는지
- 꽃 장식이 필수 패키지인지
- 주차 시간과 무료 주차 대수가 충분한지
특히 꽃 장식은 생각보다 큰 변수였다. 기본 장식이 포함이라고 해도 사진으로 보면 허전해 보여서 추가를 권하는 경우가 있었다. 친구가 본 곳 중 한 군데는 생화 장식 업그레이드가 180만 원부터 시작했다. 그 순간 둘 다 조용해졌다. 꽃은 예쁘지만, 사진에 얼마나 남는지와 예산을 같이 놓고 봐야 했다.
드레스는 기본가보다 추가금이 더 무서웠다
드레스 투어도 꽤 현실적이었다. 상담할 때는 “패키지에 포함”이라는 말을 듣지만, 막상 피팅해보면 마음에 드는 드레스는 추가금 라인에 있었다. 친구가 입어본 드레스 중 가장 마음에 든 건 추가금 80만 원이었다. 본식 한 번 입는 옷인데도 거울 앞에서는 판단이 흐려진다.
솔직히 그 드레스가 예쁘긴 했다. 사진으로 봐도 실루엣이 훨씬 깔끔했다. 그런데 친구가 잠깐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이걸 입으면 내가 80만 원어치 더 행복할까?” 꽤 현실적인 질문이었다. 결국 30만 원 추가금 드레스로 골랐고, 본식 사진을 보니 충분히 예뻤다. 드레스는 가격보다 체형에 맞는지, 움직일 때 불편하지 않은지가 더 크게 느껴졌다.
또 하나 의외였던 건 액세서리였다. 티아라, 베일, 볼레로가 전부 무료처럼 느껴졌지만 일부는 따로 비용이 붙었다. 작게는 5만 원, 많게는 20만 원대였다. 이런 항목은 계약서에 작게 들어가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스드메보다 힘들었던 건 선택 피로였다
웨딩 준비에서 많이 듣는 말이 스드메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그런데 실제로 옆에서 보니 스드메 자체보다 그 안의 선택지가 사람을 지치게 했다. 스튜디오 촬영은 배경 중심인지 인물 중심인지, 원본 파일을 받을 건지, 앨범 페이지를 늘릴 건지 계속 결정해야 했다.
친구는 처음에 스튜디오 촬영 원본 비용을 몰랐다. 촬영 패키지에 포함된 줄 알았는데, 원본 파일은 별도 구매였다. 가격은 30만 원대였다. 수정본 추가도 장당 비용이 붙었다. “사진을 찍었는데 원본을 따로 사야 한다고?” 이 부분에서 친구가 제일 당황했다.
그래서 중간부터는 기준을 정했다. 사진은 모바일 청첩장과 액자용 몇 장만 충분하면 된다고 봤고, 앨범 페이지 추가는 하지 않았다. 대신 본식 스냅은 조금 더 신경 썼다. 스튜디오 사진은 연출이지만 본식 사진은 다시 찍을 수 없으니까. 예산을 줄이는 것보다 어디에 쓸지 정하는 게 더 중요했다.
하객 수 계산은 감으로 하면 거의 틀렸다
가장 생활형 문제처럼 느껴진 건 하객 수였다. 처음엔 “대충 250명쯤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름을 직접 적기 시작하니 느낌이 달라졌다. 꼭 올 사람, 올 수도 있는 사람, 초대는 하지만 못 올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나누니 숫자가 꽤 선명해졌다.
친구 커플은 각자 지인 70명 안팎, 부모님 손님 120명 정도로 예상했다. 여기서 실제 참석률을 70~80%로 잡으니 보증 인원은 220명 정도가 적당했다. 막연히 300명으로 계약했다면 식대에서 손해가 컸을 가능성이 높았다.
청첩장도 마찬가지였다. 종이 청첩장은 300장 주문했는데 실제로는 180장 정도만 썼다. 요즘은 모바일 청첩장을 먼저 보내고, 가까운 어른이나 직장 상사에게 종이 청첩장을 드리는 경우가 많았다. 100장 단위로 가격이 크게 뛰지 않는 업체도 있지만, 그래도 남는 청첩장을 보면 괜히 아깝다.
직접 해보니 유용했던 방식
- 하객 명단은 양가와 따로 작성한 뒤 합치기
- 참석 가능성을 3단계로 나누기
- 보증 인원은 낙관적으로 잡지 않기
- 청첩장은 예상보다 20~30% 적게 주문하기
- 식권은 당일 추가 가능 여부 확인하기
작은 비용을 무시하면 예산표가 금방 흐려진다
웨딩 준비를 보면서 제일 많이 느낀 건 큰돈보다 작은돈이 더 조용히 무섭다는 점이었다. 부케 20만 원, 혼주 메이크업 40만 원, 답례품 100만 원, 웨딩슈즈 10만 원, 촬영 간식 10만 원. 하나씩 보면 그럴 수 있는데, 합치면 200만~300만 원이 금방 생긴다.
그래서 친구는 중간에 공유 예산표를 만들었다. 항목은 계약금, 잔금, 추가금, 결제 예정일로 나눴다. 이게 꽤 효과가 있었다. 돈이 언제 빠져나가는지 보이니까 카드값에 덜 놀랐고, 추가금이 생겼을 때 다른 항목을 줄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웨딩은 예쁘게 하는 것보다 덜 후회하게 준비하는 쪽이 더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로 넣은 항목은 시간이 지나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반대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해서 고른 부분은 비용이 조금 들어도 덜 아깝다. 친구 결혼식을 옆에서 따라다닌 뒤로는, 웨딩 준비가 낭만 반 계산 반이라는 말이 꽤 정확하게 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