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키보드 한 달 써봤더니, 책상이 예뻐진 만큼 손목도 솔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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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키보드 한 달 써봤더니, 책상이 예뻐진 만큼 손목도 솔직했다

얼마 전 책상 사진을 찍다가 문득 키보드만 너무 사무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니터 받침도 바꾸고 조명도 바꿨는데, 정작 매일 손이 닿는 키보드는 검은색 납작한 기본형 그대로였다. 그래서 눈에 들어온 게 레트로키보드였다. 둥근 키캡, 아이보리나 파스텔 톤 색감, 타자기처럼 톡톡 올라온 키 높이. 사진으로 볼 때는 거의 책상 분위기 치트키처럼 보였다.

근데 이런 물건은 예쁜 것과 쓰기 좋은 것이 꼭 같지는 않다. 특히 키보드는 하루에 몇 시간씩 만지는 물건이라 더 그렇다. 예뻐서 샀는데 손목이 아프거나 오타가 늘면 결국 서랍행이다. 그래서 한 달 정도 실제로 문서 작성, 검색, 메신저, 간단한 엑셀 작업까지 다 해보면서 느낀 점을 꽤 솔직하게 남겨본다.

처음 끌린 건 역시 디자인이었다

레트로키보드를 고를 때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건 키감보다 외형이었다. 일반 키보드가 기능 위주라면, 레트로키보드는 책상 위 소품 역할도 한다. 특히 둥근 키캡이 있는 제품은 멀리서 봐도 확실히 존재감이 있다. 노트북 옆에 두면 그냥 주변 분위기가 달라진다.

내가 고른 제품은 84키 배열의 무선 키보드였다. 숫자 패드가 없는 대신 가로 길이가 약 32cm 정도라 책상 공간을 덜 차지했다. 풀배열 키보드는 보통 43cm 안팎이라 마우스 움직일 자리가 줄어드는데, 이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작은 책상이라면 숫자 패드 없는 배열이 훨씬 편했다.

색상은 아이보리와 연그레이 조합을 골랐다. 처음에는 민트나 핑크처럼 확 튀는 색이 끌렸는데, 오래 두고 보면 무난한 색이 덜 질릴 것 같았다. 실제로 한 달 써보니 이 선택은 꽤 괜찮았다. 레트로 느낌은 나지만 너무 장난감 같지는 않았다.

타건감은 예쁜 소리와 피곤함 사이에 있었다

레트로키보드 하면 흔히 타자기 같은 소리를 기대한다. 실제로 처음 눌렀을 때는 소리가 꽤 경쾌했다. 톡, 탁, 톡 하는 느낌이 있어서 짧은 메모를 칠 때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하루 2시간 이상 길게 쓰기 시작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둥근 키캡은 손끝에 닿는 면적이 평평한 키캡보다 좁다. 그래서 손가락이 키 중앙에 정확히 올라가면 좋은데, 살짝 빗나가면 미끄러지는 느낌이 있다. 특히 빠르게 치면 오타가 늘었다. 나는 평소 분당 350타 정도로 치는 편인데, 처음 일주일은 체감상 오타가 20~30%쯤 늘었다. 적응하고 나니 줄긴 했지만, 일반 키보드만큼 안정적이진 않았다.

키 높이도 변수였다. 레트로키보드는 디자인 때문에 키캡이 높은 제품이 많다. 손목 받침대 없이 쓰면 손목이 살짝 꺾인다. 30분 정도는 괜찮은데, 한 시간 넘게 쓰면 손목 아래쪽이 뻐근했다. 결국 낮은 손목 받침대를 같이 두니 훨씬 나아졌다. 레트로키보드를 살 계획이라면 키보드만 보지 말고 손목 각도까지 같이 봐야 한다.

소음은 집에서는 즐겁고 사무실에서는 애매했다

소리 문제는 생각보다 중요했다. 혼자 있는 방에서는 키보드 소리가 오히려 일하는 느낌을 만들어준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두고 글을 쓰면 꽤 기분이 난다. 문제는 주변 사람이 있을 때다.

내가 쓴 제품은 청축처럼 아주 큰 클릭음은 아니었지만, 일반 노트북 키보드보다 확실히 소리가 컸다. 밤에 거실에서 쓰면 가족이 “뭐 그렇게 열심히 쳐?”라고 물을 정도였다. 조용한 사무실이라면 더 신경 쓰일 수 있다. 레트로키보드라고 해서 모두 시끄러운 건 아니지만, 둥근 키캡과 높은 키 구조 때문에 소리가 도드라지는 경우가 많다.

  • 혼자 쓰는 방: 타건음이 기분 전환이 될 수 있음
  • 거실이나 침실 근처: 밤에는 소리가 꽤 거슬릴 수 있음
  • 조용한 사무실: 저소음 스위치 제품이 아니면 눈치 보일 수 있음

개인적으로는 집에서 쓰는 용도라면 괜찮았다. 다만 화상회의 중에 메모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마이크에 키보드 소리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회의 녹음 파일을 들어보니 내 타건음이 배경에서 꽤 또렷하게 들렸다.

무선 연결과 배터리는 예상보다 현실적인 부분이었다

레트로키보드는 디자인만 보고 고르면 연결 방식에서 아쉬움이 생길 수 있다. 내가 쓴 제품은 블루투스 3대 연결과 2.4GHz 동글 연결을 지원했다.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을 번갈아 쓰는 사람에게는 이 기능이 꽤 편하다. 버튼 하나로 기기를 바꾸는 방식이라 블로그 글을 쓰다가 휴대폰에 긴 답장을 보낼 때 유용했다.

다만 블루투스는 가끔 첫 입력이 씹혔다. 절전 상태에서 깨어날 때 첫 글자가 안 들어가는 식이다. 예를 들어 검색창에 레트로키보드라고 치려는데 첫 글자가 빠져서 트로키보드가 되는 일이 있었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하루에도 몇 번 생기면 은근히 거슬린다. 안정성만 놓고 보면 동글 연결이 더 나았다.

배터리는 사용 패턴에 따라 차이가 컸다. 백라이트를 켜면 확실히 빨리 줄었다. 하루 3~4시간 사용 기준으로 백라이트를 끄면 2주 넘게 버텼고, 밝게 켜두면 4~5일 만에 충전 알림이 왔다. 예쁜 조명을 기대하고 산다면 충전 주기가 짧아지는 건 감수해야 했다.

레트로키보드가 잘 맞는 사람과 아닌 사람

한 달 써보니 레트로키보드는 모든 사람에게 실용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특정한 목적에는 꽤 만족도가 높다. 책상 분위기를 바꾸고 싶거나, 글 쓰는 기분을 조금 더 살리고 싶은 사람에게는 확실히 재미가 있다. 매일 똑같은 노트북 키보드만 쓰다가 키감과 소리가 달라지니 작업을 시작하는 느낌도 달라졌다.

반대로 숫자 입력이 많거나, 조용한 환경에서 빠르게 타이핑해야 하거나, 손목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신중해야 한다. 특히 둥근 키캡은 보기에는 귀엽지만 장시간 타이핑에는 호불호가 강하다. 가능하면 매장에서 직접 눌러보는 게 제일 좋고, 온라인으로 산다면 반품 조건을 확인하는 편이 낫다.

내가 다시 산다면 확인할 것들

  • 키캡이 너무 높지 않은지 확인한다
  • 저소음 스위치 옵션이 있는지 본다
  • 블루투스 외에 2.4GHz 동글 연결을 지원하는지 확인한다
  • 손목 받침대를 같이 둘 공간이 있는지 본다
  • 숫자 패드가 꼭 필요한 작업인지 생각한다

내 책상에서는 레트로키보드가 아직 살아남았다. 완벽해서라기보다는, 단점이 분명한데도 만질 때마다 기분이 조금 좋아지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걸 메인 업무용 장비라고 생각하면 아쉬울 수 있고, 책상 분위기와 가벼운 작업 만족도를 올리는 도구라고 보면 꽤 납득이 된다. 예쁜 물건이 매일 쓰기까지 편하면 제일 좋겠지만, 레트로키보드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물건에 가까웠다.

레트로키보드 한 달 써봤더니, 책상이 예뻐진 만큼 손목도 솔직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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