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덮밥 집에서 직접 해봤더니, 맛보다 더 어려웠던 건 따로 있었다

마트 장어 한 팩을 들고 온 날
얼마 전 마트에서 손질 장어가 할인하는 걸 보고 한참을 서성였다. 밖에서 장어덮밥을 먹으면 보통 1인분에 1만 5천 원에서 2만 5천 원 정도는 잡아야 하는데, 그날은 양념된 장어 한 팩이 1만 원대 초반이었다. 순간 계산이 빨라졌다. 밥만 있으면 집에서도 장어덮밥 비슷하게는 만들 수 있겠는데?
근데 막상 집에 와서 포장을 뜯으니 생각보다 할 일이 있었다. 이미 구워져 있고 소스도 발라져 있는 제품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장어덮밥은 장어만 데우면 끝나는 음식이 아니었다. 밥의 질감, 소스 농도, 장어 껍질 쪽 식감, 곁들이는 반찬까지 맞아야 꽤 그럴듯해졌다.
처음엔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밥 위에 얹었다. 결과는 솔직히 애매했다. 냄새가 나쁘진 않았지만 장어가 축축했고, 밥에는 소스가 겉돌았다. 밖에서 먹던 윤기 나는 장어덮밥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부터는 방식을 조금 바꿔봤다.
장어덮밥은 데우는 방식에서 차이가 컸다
가장 차이가 컸던 건 프라이팬이었다. 전자레인지는 빠르지만 장어 표면이 촉촉하다 못해 물러지는 느낌이 있었다. 반면 약한 불의 프라이팬에 종이호일을 깔고 3~4분 정도 데우니 겉면이 훨씬 낫다. 특히 껍질 쪽을 아래로 두고 먼저 데우면 비린 향도 조금 줄었다.
불은 센 불보다 약한 불이 좋았다. 장어 양념은 당분이 많아서 금방 탄다. 처음에 욕심내서 중강불로 올렸다가 소스가 팬에 눌어붙고 장어 가장자리가 까맣게 변했다. 맛있는 불맛이라기보다 탄맛에 가까웠다. 이후에는 약불로 천천히 데우고, 마지막 20~30초만 살짝 불을 올리는 쪽이 안정적이었다.
내가 해본 데우기 비교
- 전자레인지 1분 30초: 가장 편하지만 장어가 부드럽다 못해 흐물거림
- 프라이팬 약불 3~4분: 표면 윤기와 식감이 가장 무난함
- 에어프라이어 160도 5분: 가장 담백하지만 양념이 살짝 마르는 편
개인적으로는 프라이팬이 제일 현실적이었다. 설거지도 팬 하나면 되고, 소스를 덧바르기에도 편했다. 에어프라이어는 꽤 괜찮지만 장어가 얇은 제품이면 금방 마른다. 두툼한 장어라면 에어프라이어도 괜찮고, 얇은 제품은 팬 쪽이 낫다.
소스는 많은 것보다 밥에 스며드는 게 중요했다
장어덮밥을 집에서 만들 때 의외로 많이 하는 실수가 소스를 너무 많이 붓는 거였다. 나도 처음엔 밖에서 먹는 것처럼 진한 맛을 내고 싶어서 동봉 소스를 거의 다 넣었다. 그런데 밥 아래쪽이 짜고 달아져서 몇 숟가락 먹으면 금방 물렸다.
두 번째로 만들 때는 밥 한 공기 기준으로 소스 1큰술 정도만 먼저 섞어봤다. 그리고 장어를 올린 뒤 위에 반 큰술 정도를 더 발랐다. 이 방식이 훨씬 낫다. 밥 전체가 축축해지지 않고, 장어를 씹을 때 양념 맛이 살아났다. 소스가 부족하면 나중에 추가할 수 있지만, 한 번 많이 넣은 소스는 되돌리기 어렵다.
집에 동봉 소스가 부족하다면 간장 2큰술, 맛술 2큰술, 설탕 1큰술, 물 2큰술을 넣고 약불에서 살짝 졸이면 비슷한 느낌이 난다. 여기에 생강 한 조각이나 생강가루를 아주 조금 넣으면 장어 특유의 기름진 향이 덜 부담스럽다. 다만 너무 오래 졸이면 끈적하고 짜져서, 숟가락에 살짝 묻는 정도에서 멈추는 게 좋았다.
밥과 곁들임이 은근히 승부처였다
장어덮밥은 밥이 너무 질면 전체가 무거워진다. 평소보다 물을 아주 조금 덜 잡은 밥이 잘 맞았다. 나는 쌀 2컵 기준으로 물을 평소보다 2~3큰술 정도 덜 넣었을 때 가장 좋았다. 고슬고슬한 밥에 소스가 얇게 코팅되면 장어의 기름진 맛이 덜 답답하다.
곁들임도 중요했다. 장어가 맛이 강한 음식이라 중간에 입을 한번씩 끊어주는 게 필요했다. 단무지나 초생강이 있으면 제일 편하고, 없으면 오이채를 얇게 썰어 올려도 꽤 잘 어울린다. 대파 흰 부분을 아주 얇게 썰어 찬물에 5분 정도 담갔다가 올리면 느끼함이 확 줄었다.
집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조합
- 밥: 평소보다 살짝 고슬고슬하게 지은 흰밥
- 장어: 프라이팬 약불로 데운 뒤 마지막에 소스 얇게 덧바르기
- 곁들임: 초생강, 대파채, 김가루 조금
- 추가: 산초가루나 후추를 아주 소량만 뿌리기
산초가루는 취향을 꽤 탄다. 밖에서 장어덮밥을 먹을 때 나오는 그 향을 좋아한다면 잘 맞지만, 처음부터 많이 뿌리면 향이 장어보다 앞선다. 작은 꼬집 정도로 시작하는 게 낫다. 후추는 더 익숙한 맛이라 실패 확률이 낮았다.
밖에서 사 먹는 맛과 집에서 먹는 맛의 차이
솔직히 집에서 만든 장어덮밥이 전문점 맛을 완전히 따라가진 못했다. 전문점은 숯불 향, 장어 두께, 소스의 깊이가 다르다. 특히 갓 구운 장어의 가장자리 바삭함은 집에서 재현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가격과 편의성을 생각하면 집 장어덮밥도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비용으로 보면 차이가 분명했다. 할인 장어 한 팩 1만 원대 초반, 즉석밥이나 집밥, 대파와 김가루 정도를 더하면 1인분 기준 대략 8천 원에서 1만 2천 원 사이로 맞출 수 있었다. 밖에서 먹는 한 그릇 가격의 절반 정도다. 대신 맛의 완성도는 제품 품질과 데우는 방식에 크게 좌우됐다.
내 기준으로 집에서 장어덮밥을 만들 만한 날은 명확했다. 퇴근 후 뭔가 든든한 걸 먹고 싶은데 외식하러 나가긴 귀찮은 날, 혹은 마트에서 괜찮은 손질 장어를 할인할 때다. 반대로 특별한 식사 느낌을 내고 싶거나 숯불 향이 중요한 날에는 그냥 잘하는 집에 가는 쪽이 만족도가 높았다.
몇 번 해보니 장어덮밥은 거창한 요리라기보다 작은 조절의 음식에 가까웠다. 장어를 어떻게 데울지, 소스를 얼마나 밥에 묻힐지, 느끼함을 무엇으로 끊을지에 따라 맛이 꽤 달라진다. 집에서 만든 한 그릇이 전문점처럼 압도적이진 않아도, 내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생각보다 큰 장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