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내가 엄마를 골랐어’라고 말했을 때, 그냥 넘기지 못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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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내가 엄마를 골랐어’라고 말했을 때, 그냥 넘기지 못했던 이야기

갑자기 나온 한마디에 마음이 멈췄다

얼마 전 아이가 잠들기 전에 뜬금없이 말했다. “내가 엄마를 골랐어.” 처음엔 웃음이 났다. 어디서 들은 말인가 싶기도 했고, 아이 특유의 상상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오래 남았다. 하루 종일 밥 챙기고, 양말 찾고, 숙제 봐주고, 또 잔소리까지 하느라 지쳐 있던 날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사실 아이가 하는 말은 어른의 언어처럼 논리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구름이 나를 따라와”, “장난감이 슬퍼해” 같은 말처럼 말이다. 그런데 “내가 엄마를 골랐어”는 조금 달랐다. 듣는 순간 괜히 마음이 물렁해졌다. 동시에 궁금했다. 아이는 이 말을 어떤 뜻으로 하는 걸까. 정말 깊은 애정 표현일까, 아니면 어디선가 들은 문장을 따라 한 걸까.

그래서 며칠 동안 아이가 비슷한 말을 하는 상황을 유심히 봤다. 일부러 캐묻지는 않았다. 아이 말은 너무 캐면 금방 사라지니까. 대신 언제 그런 말을 하는지, 어떤 표정인지, 그 뒤에 무엇을 원하는지 살짝 관찰했다.

아이 말은 ‘뜻’보다 ‘상황’을 봐야 했다

처음엔 그 문장을 그대로 해석하려 했다. 하지만 며칠 보니 중요한 건 말 자체보다 말이 나온 상황이었다. 우리 아이는 주로 세 가지 순간에 “내가 엄마를 골랐어” 같은 말을 했다. 잠들기 직전, 혼난 뒤 화해할 때, 그리고 엄마와 단둘이 붙어 있고 싶을 때였다.

잠들기 전에는 애착 표현에 가까웠다. 불을 끄고 조용해지면 아이는 낮 동안 못 했던 말을 꺼낸다. 이때는 “엄마 좋아”, “엄마 내 옆에 있어”와 비슷한 결로 들렸다. 실제로 그 말을 한 뒤에는 꼭 손을 잡거나 이불을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혼난 뒤에는 조금 달랐다. 그날은 장난감을 치우지 않아 한참 실랑이를 했는데, 아이가 울다가 갑자기 “그래도 내가 엄마 골랐잖아”라고 말했다. 이건 사랑 고백이라기보다 관계 확인처럼 느껴졌다. ‘혼났지만 엄마는 아직 내 편이지?’ 하는 마음이 섞인 말 같았다.

또 하나는 요구가 숨어 있는 경우였다. TV를 더 보고 싶거나, 자기 전에 책을 한 권 더 읽고 싶을 때도 비슷한 말을 했다. 솔직히 이때는 귀엽지만 살짝 전략적이었다. 아이들도 안다. 어른 마음이 말랑해지는 문장을.

그 말에 바로 눈물부터 나진 않아도 된다

인터넷에서 이 문장을 검색해 보면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엄마를 선택했다는 식의 표현도 있고, 태교나 육아 에세이에서 자주 보이는 문장이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가 위로가 되는 순간이 분명 있다. 육아가 너무 힘든 날에는 “그래, 네가 나를 선택했구나”라는 생각이 버티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모든 순간을 감동으로만 받아들이면 조금 피곤해진다. 아이가 예쁜 말을 했다고 해서 부모가 항상 눈물짓고 완벽한 반응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나는 처음엔 감동받았다가, 다음 날 똑같은 말을 들었을 때는 피곤해서 “응, 고마워. 근데 이제 자자”라고 했다. 그게 현실이었다.

아이의 말은 순수하지만, 부모의 하루는 꽤 복잡하다. 설거지도 남아 있고, 내일 준비물도 챙겨야 하고, 잠도 부족하다. 그래서 “내가 엄마를 골랐어”라는 말 앞에서 꼭 영화 같은 장면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다만 대충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말이니, 짧게라도 반응해 주는 정도면 충분했다.

내가 해본 반응 중 가장 괜찮았던 것들

며칠 동안 여러 반응을 해봤다. 너무 크게 감동한 척하면 아이가 장난처럼 반복했고, 너무 무심하면 아이 표정이 살짝 식었다. 가운데쯤이 제일 자연스러웠다.

1. 감정을 크게 키우기보다 받아주기

“그랬구나. 엄마는 그 말 들으니까 기분이 따뜻해.” 이 정도가 괜찮았다. 아이의 말을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표현한 마음을 받아주는 느낌이다. “진짜야? 언제 골랐어? 왜 골랐어?” 하고 질문을 쏟아내면 아이는 금방 다른 얘기로 넘어갔다.

2. 혼난 뒤에는 사랑과 규칙을 분리하기

혼낸 직후 아이가 “내가 엄마를 골랐어”라고 말하면 마음이 약해진다. 그렇다고 방금 정한 규칙을 없애면 다음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도 너를 많이 사랑해. 그래도 장난감은 같이 치우자.” 사랑은 그대로 두고, 해야 할 일은 따로 두는 방식이다. 아이도 처음엔 투덜댔지만 몇 번 지나니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3. 요구가 붙어 있을 때는 웃고 선 긋기

“내가 엄마 골랐으니까 책 세 권 더 읽어줘.” 이런 식으로 나오면 솔직히 웃긴다. 하지만 매번 넘어가면 취침 시간이 밀린다. 우리 집은 평일 밤 기준으로 책 2권, 주말엔 3권으로 정했다. 그래서 “엄마 골라줘서 고마운데 오늘은 2권이야”라고 말했다. 애정 표현을 거절하는 게 아니라 추가 요구만 조절하는 느낌이라 덜 부딪혔다.

  • 잠들기 전에는 짧게 안아주고 반응하기
  • 혼난 뒤에는 사랑한다는 말과 규칙을 같이 말하기
  • 요구가 섞이면 고마움은 받고 기준은 유지하기
  • 아이 말을 어른식으로 너무 깊게 캐묻지 않기

부모에게도 꽤 필요한 말이었다

며칠 지나고 보니 “내가 엄마를 골랐어”라는 말은 아이만의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부모인 나에게 필요한 문장에 가까웠다. 육아를 하다 보면 내가 잘하고 있는지 계속 흔들린다. 하루에 몇 번씩 목소리가 커지고, 놀아주기로 해놓고 휴대폰을 보기도 하고, 아이가 잠든 뒤에야 미안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 날 아이가 아무 계산 없이 툭 던지는 말은 이상하게 균형을 잡아준다. 물론 그 말 하나로 힘든 일이 사라지진 않는다. 빨래는 그대로 있고, 아침 전쟁도 계속된다. 그래도 아이가 부모를 안전한 사람으로 느끼고 있다는 신호라면, 그건 꽤 큰 일이다.

나는 이제 아이가 그 말을 하면 너무 거창하게 받지 않는다. 대신 잠깐 멈춘다. 눈을 보고, 손을 잡고, 짧게 답한다. “엄마도 네가 와서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아이의 예쁜 말은 오래 붙잡으려 하면 오히려 힘이 빠지고, 생활 속에서 가볍게 받아줄 때 더 오래 남는다.

언젠가 아이가 커서 이런 말을 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아마 그때는 방문을 닫고, 대답도 짧아지고, 엄마보다 친구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이 이상하고 귀여운 문장을 너무 분석만 하지 않으려고 한다. 밥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평범한 하루 사이에 이런 말이 하나씩 끼어든다면, 그걸로 오늘 육아는 조금은 괜찮았던 셈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내가 엄마를 골랐어’라고 말했을 때, 그냥 넘기지 못했던 이야기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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