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무쳐봤더니 물컹함이 줄었다

냉장고 속 가지 두 개가 애매하게 남았을 때
얼마 전 장을 보고 와서 보니 냉장고 야채칸에 가지가 두 개나 남아 있었다. 볶아 먹자니 기름을 꽤 먹을 것 같고, 찌자니 냄비 꺼내는 게 괜히 번거로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자레인지로 익혀서 가지무침을 해봤다. 솔직히 가지무침은 맛있을 때는 밥 한 공기 금방인데, 잘못 만들면 물컹하고 물이 흥건해서 젓가락이 잘 안 간다.
제가 해보니 차이는 생각보다 작은 과정에서 났다. 익히는 시간, 물기 빼는 정도, 양념 넣는 순서가 맛을 꽤 갈랐다. 특히 가지는 기름도 잘 먹고 물도 잘 품는 채소라서 대충 무치면 양념 맛보다 식감이 먼저 느껴진다.
전자레인지로 익히면 편한데 시간은 봐야 했다
가지는 중간 크기 2개, 대략 250~300g 정도를 썼다. 꼭지를 자르고 길게 반 갈라서 다시 4~5cm 길이로 잘랐다. 접시에 담고 랩을 살짝 씌운 뒤 700W 전자레인지 기준으로 4분을 돌렸다. 처음에는 5분을 돌렸는데 너무 흐물흐물해져서 젓가락으로 집을 때 모양이 많이 무너졌다.
4분 정도 돌린 뒤 한 조각을 눌러봤을 때 살짝 들어가면서도 껍질 쪽이 버티는 느낌이면 괜찮았다. 가지 크기가 크거나 두껍게 잘랐다면 30초씩 추가하는 방식이 낫다. 한 번에 오래 돌리면 되돌리기가 어렵다. 전자레인지 조리 후에는 바로 무치지 않고 5분 정도 식혔다. 뜨거울 때 무치면 손도 불편하고, 가지에서 물이 더 많이 빠져나와 양념이 묽어진다.
물기 짜는 정도가 가지무침 맛을 꽤 바꾼다
가지무침에서 제일 애매했던 부분이 물기였다. 너무 세게 짜면 가지가 뭉개지고, 덜 짜면 접시 바닥에 양념물이 고인다. 제가 해본 기준으로는 손으로 살짝 눌러 물이 한두 번 떨어질 정도가 가장 먹기 좋았다. 면포까지 꺼내면 깔끔하긴 한데 평일 저녁 반찬으로는 일이 커지는 느낌이었다.
키친타월 위에 익힌 가지를 펼쳐두고 2~3분 정도 둔 다음 손으로 가볍게 눌렀다. 이 정도만 해도 물기가 꽤 줄었다. 단, 가지를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누르면 살이 쉽게 찢어진다. 조금 식힌 뒤에 만지는 게 모양도 덜 흐트러지고 손도 편했다.
- 너무 물컹한 식감이 싫다면 3분 30초부터 확인
-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면 4분 30초 정도가 적당
- 물기는 꽉 짜기보다 눌러서 빼는 쪽이 덜 뭉개짐
양념은 강하게 시작하지 않는 게 좋았다
가지 2개 기준으로 제가 가장 무난하게 먹은 양념은 진간장 1큰술, 국간장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깨 1큰술, 송송 썬 대파 2큰술 정도였다. 매콤하게 먹고 싶을 때는 고춧가루 1작은술을 넣었다. 고춧가루를 1큰술 넣어본 적도 있는데 가지 맛보다 양념 맛이 너무 앞섰다.
사실 가지무침은 간장을 많이 넣는다고 맛이 또렷해지기보다 짠맛만 빨리 올라오는 편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간장을 세게 넣기보다 무친 뒤 3분 정도 두고 간을 보는 게 낫다. 가지가 양념을 머금으면서 맛이 조금 달라진다. 바로 먹었을 때 싱거워 보여도 잠깐 지나면 간이 올라온다.
참기름은 마지막에 넣는 쪽이 향이 좋았다. 처음부터 간장, 마늘, 참기름을 다 섞어 넣어도 큰 문제는 없지만, 가지가 아직 따뜻할 때 참기름 향이 빨리 날아가는 느낌이 있었다. 간장과 마늘로 먼저 가볍게 무치고, 마지막에 참기름과 깨를 넣으면 향이 조금 더 살아났다.
볶은 가지무침과 비교하면 장단점이 뚜렷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아서 무치면 확실히 고소하다. 특히 들기름을 쓰면 밥반찬 느낌이 강해진다. 대신 가지가 기름을 빨리 흡수해서 생각보다 묵직해진다. 저는 가지 2개에 식용유 2큰술을 넣었는데도 중간에 팬이 마른 느낌이 났다. 더 넣자니 부담스럽고, 덜 넣자니 겉이 마르는 애매한 상황이 생겼다.
전자레인지 방식은 고소함은 조금 덜하지만 깔끔하고 빠르다. 설거지도 접시 하나와 볼 하나면 끝난다. 퇴근 후 반찬 하나 급하게 만들 때는 이쪽이 훨씬 현실적이었다. 대신 불맛이나 볶은 향을 기대하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럴 때는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1큰술 넣거나, 깨를 손으로 살짝 으깨 넣으면 향이 조금 더 진해진다.
다음에 만들 때도 지킬 작은 기준들
몇 번 해보니 가지무침은 대단한 비법보다 기준을 잡는 음식에 가까웠다. 가지는 두껍게 자르면 속까지 익는 데 시간이 걸리고, 너무 얇으면 무칠 때 금방 흐트러진다. 길이 4~5cm, 두께는 손가락 굵기 정도가 먹기도 편하고 모양도 괜찮았다.
또 하나는 냉장 보관이다. 가지무침은 만든 직후가 가장 향이 좋고, 냉장고에 들어가면 참기름 향이 줄어든다. 남겨서 다음 날 먹을 때는 깨를 조금 더 뿌리거나 참기름을 아주 소량 더하면 덜 밋밋했다. 다만 물이 생기기 쉬워서 2일 안에 먹는 게 가장 낫다.
개인적으로 가지무침은 손이 많이 가는 반찬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자레인지로 해보니 평일 저녁에도 꽤 만만했다. 물기만 조금 신경 쓰면 물컹한 느낌이 줄고, 양념을 세게 하지 않아도 가지 특유의 부드러운 맛이 살아난다. 냉장고에 가지가 애매하게 남았을 때는 볶음보다 이 방식에 먼저 손이 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