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를 3개월 해봤더니, 진짜 막히는 건 자소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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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를 3개월 해봤더니, 진짜 막히는 건 자소서가 아니었다

얼마 전 취업 준비하는 친구와 카페에 앉았다

얼마 전 취업 준비 중인 친구를 만났는데, 노트북 화면에 채용 공고 탭만 17개가 열려 있었다. 친구는 “뭘 넣어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했고, 저는 그 말이 꽤 익숙했다. 취업은 막연히 자소서 쓰고 면접 보는 일처럼 보이지만, 막상 시작하면 제일 먼저 부딪히는 건 선택의 문제였다.

공고는 많은데 내 조건에 맞는 곳은 잘 안 보이고, 마음에 드는 회사는 요구 조건이 높아 보인다. 신입인데 경력 같은 경험을 원하고, ‘우대’라고 쓰여 있지만 안 갖추면 떨어질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래서 하루 종일 공고를 보는데 실제 지원은 1곳도 못 하는 날이 생긴다.

저도 예전에 비슷하게 해봤다. 공고를 모으고, 회사명을 검색하고, 복지 후기를 읽고, 그러다 시간이 다 갔다. 취업 준비를 한 것 같은데 손에 남는 게 없었다. 그때 느낀 건 취업 준비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게 의욕이 아니라 기준이라는 점이었다.

공고를 많이 보는 것보다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게 빨랐다

처음에는 좋은 회사에 가고 싶다는 말밖에 없었다. 그런데 좋은 회사라는 말이 너무 넓다. 연봉이 높은 곳인지, 야근이 적은 곳인지, 배울 게 많은 곳인지, 집에서 가까운 곳인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저는 기준을 3개로 줄여보는 방식이 제일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출퇴근 1시간 20분 이내
  • 직무가 최소 70% 이상 맞는 공고
  • 신입 교육이나 업무 인수인계 언급이 있는 회사

이렇게 놓고 보니 공고 보는 시간이 확 줄었다. 예전에는 회사 이름이 좋아 보이면 끝까지 읽었는데, 기준이 생기니까 초반에 걸러낼 수 있었다. 특히 신입 취업에서는 ‘어디든 들어가야지’라는 마음이 강해질 때가 있는데, 너무 넓게 보면 오히려 아무 데도 지원하지 못했다.

물론 기준을 너무 빡빡하게 잡으면 지원할 곳이 사라진다. 그래서 저는 꼭 필요한 조건 2개, 있으면 좋은 조건 1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취업 준비가 길어질수록 체력이 먼저 빠지기 때문에, 매번 같은 고민을 반복하지 않는 장치가 필요했다.

자소서는 대단한 경험보다 읽히는 구조가 더 중요했다

취업 자소서를 쓰다 보면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이 “나는 쓸 게 없다”다. 공모전 대상, 인턴, 대외활동, 자격증 같은 게 떠오르는데, 막상 내 경험은 평범해 보인다. 그런데 여러 자소서를 비교해보면 경험의 크기보다 구조가 더 크게 보였다.

예를 들어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도 그냥 “성실하게 일했습니다”라고 쓰면 흐릿하다. 반대로 “야간 시간대 재고 누락이 반복돼서, 품목별 체크 순서를 바꾸고 2주 뒤 누락 건수를 줄였다”처럼 쓰면 업무를 관찰하고 바꿔본 사람처럼 보인다. 숫자가 꼭 화려할 필요는 없다. 3명, 2주, 하루 20분 같은 작은 수치도 글을 훨씬 구체적으로 만든다.

제가 써보니 자소서 한 문항은 보통 4덩어리면 충분했다. 상황, 내가 한 행동, 결과, 그 경험이 지원 직무와 이어지는 지점. 이 흐름만 잡아도 문장이 덜 흔들렸다.

  • 상황: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 행동: 내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 결과: 바뀐 점이 무엇인지
  • 연결: 이 경험이 직무와 어떻게 닿는지

솔직히 자소서는 멋있게 쓰려고 할수록 어색해진다. ‘저는 귀사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같은 문장보다, 내가 직접 겪은 장면이 있는 문장이 더 오래 남았다. 채용 담당자가 하루에 수십 개 글을 본다고 생각하면, 추상적인 열정보다 구체적인 행동이 훨씬 읽기 편하다.

지원 숫자는 생각보다 감정에 영향을 줬다

취업 준비에서 은근히 무서운 게 지원 후 기다리는 시간이다. 한 곳 넣고 결과만 기다리면 하루가 길어진다. 메일함을 계속 새로고침하고, 연락이 없으면 내 문제가 뭔지 끝없이 파고든다. 저도 그런 식으로 며칠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지원을 일정한 단위로 끊는 게 낫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5곳 지원, 2곳은 조금 도전, 3곳은 조건이 잘 맞는 곳처럼 나누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한 회사의 결과가 내 전체 취업 가능성을 대표하지 않게 된다.

물론 아무 공고나 많이 넣는 건 비효율적이다. 회사명만 바꾼 자소서는 티가 난다. 대신 기본 자소서 70%를 만들어두고, 회사별로 30%를 바꾸는 정도가 현실적이었다. 지원동기와 직무 연결 부분만 회사에 맞게 바꿔도 완성도가 꽤 달라진다.

면접도 비슷했다. 예상 질문 100개를 외우는 것보다, 내 경험 5개를 깊게 파는 게 더 도움이 됐다. 실패 경험, 갈등 경험, 협업 경험, 문제를 개선한 경험, 새로 배운 경험. 이 5개를 준비해두면 질문이 조금 바뀌어도 답변을 조합할 수 있었다.

취업 준비는 멘탈 관리가 아니라 환경 관리에 가까웠다

취업 이야기를 하면 다들 멘탈을 말한다. 그런데 저는 멘탈을 강하게 붙잡는 것보다, 덜 흔들리게 만드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채용 사이트를 보면 누구라도 지친다. 비교할 사람도 많고, 불합격 문구는 짧은데 타격은 길다.

그래서 취업 준비 시간을 아예 나누는 게 도움이 됐다. 오전에는 공고 확인과 지원, 오후에는 자소서 수정이나 면접 준비, 저녁에는 관련 없는 일을 하는 식이다. 쉬는 시간을 죄책감 없이 넣어야 다음 날 다시 앉을 수 있었다.

또 하나 의외로 효과가 있었던 건 기록이었다. 지원일, 회사명, 직무, 제출한 자소서 파일, 결과를 표로 남겨두면 내가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 느낌이 줄었다. 불합격도 데이터로 보면 조금 덜 아프다. 어느 직무에서 서류 통과가 되는지, 어떤 유형의 회사에서 반응이 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취업은 운도 섞여 있고, 시기도 탄다. 그래서 한 번 떨어졌다고 내 능력을 전부 평가받은 것처럼 받아들이면 너무 힘들다. 다만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 기준을 세우고, 경험을 구조화하고, 지원을 일정하게 이어가는 것. 거창한 비법은 아니지만 실제로 버티는 데는 이런 작은 방식들이 더 오래 갔다.

요즘 취업 준비를 옆에서 보면 다들 정말 열심히 한다. 문제는 열심히 하는데도 방향을 잃기 쉽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는 취업 준비를 시작한다면 먼저 노트 한 장에 기준 3개부터 적어둘 것 같다. 그 작은 선이 있어야 공고도 덜 무섭고, 자소서도 조금 덜 막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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