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고등 강의만 믿고 한 달 공부해봤더니 생긴 의외의 변화

처음엔 무료라서 큰 기대를 안 했다
얼마 전 조카가 고등학교 공부 때문에 꽤 답답해하는 걸 봤다. 학원은 이미 다니고 있었는데도 수학 개념이 자꾸 비고, 영어는 문제를 풀 때마다 감으로 찍는 느낌이 난다고 했다. 옆에서 듣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EBS고등 강의가 그렇게 많다는데, 진짜 혼자 공부하는 데 쓸 만할까?
솔직히 처음엔 무료 강의라는 이유로 살짝 가볍게 봤다. 유료 인강처럼 화면이 화려하거나 강사가 계속 동기부여를 해주는 분위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과목별 강의 수가 꽤 많고, 내신용부터 수능 대비까지 흐름이 나뉘어 있었다. 특히 고1, 고2, 고3으로 구분이 되어 있어서 어디서부터 눌러야 할지 완전히 막막한 정도는 아니었다.
제가 해본 방식은 단순했다. 하루에 1시간씩, 한 달 동안 EBS고등 강의만으로 한 과목을 따라가 보는 것. 과목은 수학으로 잡았다. 가장 빈틈이 눈에 잘 보이는 과목이기도 하고, 강의만 들었을 때 효과가 있는지 비교하기 좋았기 때문이다.
강의는 많은데, 고르는 시간이 은근히 걸린다
EBS고등에서 제일 먼저 부딪힌 건 강의 선택이었다. 강의가 부족해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많아서 고민이 생겼다. 같은 수학이라도 개념 강의, 문제 풀이 강의, 내신 대비 강의, 수능형 강의가 따로 있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30분이 그냥 지나갔다.
그래서 기준을 세웠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어려운 문제 풀이가 아니라 개념 구멍을 메우는 일이었다. 그래서 교재 진도와 맞는 기본 개념 강의를 하나만 골랐다. 강의를 고를 때는 세 가지를 봤다.
- 현재 학교 진도와 단원이 맞는지
- 한 강의 시간이 30~50분 안쪽인지
- 강사가 문제보다 개념 설명에 시간을 충분히 쓰는지
이 기준으로 고르니 선택 시간이 확 줄었다. 특히 한 강의가 너무 길면 집중력이 떨어졌다. 20분대 강의는 부담이 적었지만 설명이 빠르게 느껴질 때가 있었고, 40분 전후 강의가 가장 무난했다. 책상에 앉기 싫은 날에도 “하나만 듣자” 하고 시작하기 좋았다.
그냥 듣기만 하면 생각보다 남는 게 적었다
처음 3일은 노트북으로 강의만 틀어두고 들었다. 이때는 꽤 공부한 느낌이 났다. 선생님 설명도 이해되고, 예제도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갔다. 그런데 다음 날 비슷한 문제를 풀어보니 손이 멈췄다. 들을 때의 이해와 혼자 푸는 힘은 생각보다 차이가 컸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강의를 10~15분 단위로 끊고, 예제가 나오면 화면을 잠깐 멈췄다. 먼저 혼자 풀고 나서 풀이를 들었다. 틀린 문제는 해설을 그대로 베끼지 않고, 내가 막힌 지점을 한 줄로 적었다. 예를 들면 “문제에서 함수식을 세우는 단계에서 멈춤” 같은 식이다.
이 방식으로 바꾸니 40분짜리 강의를 듣는 데 실제로는 1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대신 다음 날 기억에 남는 양이 달랐다. 강의를 빠르게 많이 듣는 것보다, 한 강의에서 예제 3개를 제대로 붙잡는 쪽이 훨씬 낫다는 걸 느꼈다.
학원 대신이 될까, 보조용일까
한 달 동안 써보니 EBS고등은 혼자 공부하는 습관이 어느 정도 있는 학생에게 특히 잘 맞았다. 무료라는 점은 확실히 큰 장점이다. 강의 수강료 부담이 없으니 여러 강사를 비교해보기도 쉽고, 모르는 단원만 골라 듣기도 편했다. 밤 11시에 갑자기 삼각함수가 막혀도 바로 강의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다만 완전히 혼자 모든 걸 해결하기엔 아쉬운 지점도 있었다. 내가 푼 풀이가 왜 비효율적인지, 지금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바로 피드백을 받기는 어렵다. 또 강의가 많다 보니 스스로 계획을 못 세우면 이것저것 맛만 보다가 시간이 흐를 수 있다. 실제로 첫 주에는 강의 목록만 바꾸다가 공부 리듬이 흔들렸다.
학원과 비교하면 느낌이 분명히 다르다. 학원은 강제성이 있고, 숙제와 테스트로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반면 EBS고등은 비용 부담이 적고, 원하는 부분만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둘 중 하나만 고르는 문제라기보다, 지금 필요한 역할이 무엇인지 보는 게 맞았다. 개념을 다시 잡고 싶을 때는 EBS고등이 꽤 실용적이었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학생이라면 별도의 체크 장치가 있는 편이 낫다.
한 달 뒤에 실제로 달라진 부분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문제를 대하는 속도보다 태도였다. 처음에는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바로 해설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강의를 끊어 듣고 직접 풀어보는 습관을 붙이니, 적어도 5분은 버티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게 작아 보여도 수학 공부에서는 꽤 큰 차이였다.
점수로 말하면 단기간에 확 뛰었다고 하긴 어렵다. 대신 단원별 기본 문제에서 틀리는 개수가 줄었다. 예를 들어 첫 주에는 10문제 중 4~5문제를 틀렸다면, 넷째 주에는 2~3문제 정도로 줄었다. 어려운 응용 문제는 여전히 막혔지만, 최소한 개념을 몰라서 시작도 못 하는 경우는 줄었다.
제가 느낀 EBS고등 활용법은 복잡하지 않았다. 강의 하나를 고르고, 최소 2주 동안은 바꾸지 않는 것. 강의를 듣기 전에 문제를 먼저 한 번 건드려보는 것. 그리고 틀린 이유를 짧게라도 남기는 것. 이 세 가지만 해도 그냥 재생 버튼만 누르는 공부와는 차이가 났다.
EBS고등은 대단한 비법이라기보다, 제대로 쓰면 꽤 든든한 기본 도구에 가까웠다. 특히 “학원을 더 다녀야 하나?” 하고 고민하기 전에, 부족한 단원 하나를 골라 2주만 집중해서 들어보면 판단이 훨씬 쉬워진다. 무료라서 가볍게 시작했지만, 오히려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서비스의 가장 현실적인 장점처럼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