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굿즈 사러 갔다가 알게 된 진짜 인기템 이야기

얼마 전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는데, 솔직히 책보다 굿즈 구경에 더 오래 머물렀다. 처음엔 책 한두 권 사고 나오려고 했는데, 부스마다 에코백, 책갈피, 스티커, 엽서, 뱃지 같은 것들이 너무 촘촘하게 놓여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특히 사람들 손에 들린 쇼핑백을 보니까 ‘다들 뭘 그렇게 사는 거지?’ 싶은 마음이 확 올라왔다.
서울국제도서전 굿즈는 단순히 예쁜 기념품이라기보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아주 정확하게 찌르는 물건이 많았다. 종이 질감, 문장, 타이포그래피, 작가 이름, 출판사 분위기까지 담겨 있어서 작은 물건인데도 꽤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현장에서 직접 둘러보며 느낀 인기 굿즈, 살 때 체크할 점,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았던 물건들을 솔직하게 적어본다.
사람들이 먼저 몰리는 건 확실히 한정 굿즈였다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띈 건 한정판 느낌이 강한 굿즈였다. 그냥 판매용으로 늘 있는 제품보다, 서울국제도서전 기간에만 살 수 있거나 특정 부스에서만 주는 물건에 사람들이 훨씬 빠르게 반응했다. 대표적으로 도서전 로고가 들어간 에코백, 출판사별 특별 책갈피, 작가 문장이 들어간 엽서 세트 같은 것들이었다.
특히 에코백은 거의 기본템에 가까웠다. 책을 사면 들고 다닐 가방이 필요하니까 실용성도 있고, 행사장에서 들고 다니면 은근히 기분도 난다. 다만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얇은 면 소재 에코백은 대략 8천 원에서 1만 5천 원 사이가 많았고, 두께감이 있거나 자수, 그래픽이 들어간 제품은 2만 원 가까이 가기도 했다. 막상 보면 예쁘지만, 집에 에코백이 이미 5개쯤 있다면 한 번쯤 멈칫하게 되는 가격이다.
엽서와 책갈피는 부담 없이 사기 좋았다. 보통 1장에 1천 원 안팎, 세트는 3천 원에서 8천 원 정도로 형성된 경우가 많았다. 작은 굿즈라 가방 안에서 짐이 되지 않고, 나중에 책 사이에 끼워 쓰기도 좋아서 실패 확률이 낮았다. 근데 너무 예쁜 엽서는 아까워서 못 쓰는 문제가 생긴다. 이건 꽤 현실적인 단점이다.
출판사 굿즈는 브랜드 취향이 그대로 보였다
서울국제도서전 굿즈를 보다 보면 출판사마다 성격이 정말 다르다는 걸 느낀다. 문학 출판사는 차분한 색감의 엽서나 문장 책갈피를 많이 내놓고, 디자인 감각이 강한 출판사는 포스터, 스티커, 노트 같은 시각적인 굿즈가 눈에 띈다. 어린이책 출판사 부스는 캐릭터 굿즈가 많아서 분위기가 훨씬 밝고 북적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본 건 문장 굿즈였다. 책 속 한 문장을 책갈피나 카드에 담아둔 형태인데, 사실 제작비만 놓고 보면 대단히 복잡한 물건은 아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문장이 딱 적혀 있으면 이상하게 손이 간다. 내가 읽었던 책의 문장이면 더 그렇다. 책을 읽은 기억까지 같이 사는 느낌이랄까.
스티커도 은근히 인기가 많았다. 다이어리 꾸미는 사람, 노트북에 붙이는 사람, 책장 라벨처럼 쓰는 사람까지 용도가 다양하다. 다만 스티커는 살 때 재질을 보는 게 좋았다. 종이 스티커는 감성이 좋지만 물에 약하고, 유광 코팅 스티커는 오래가지만 조금 덜 차분해 보일 수 있다. 현장에서 만져볼 수 있다면 표면 질감과 접착력 느낌을 확인하는 편이 낫다.
사은품 받으려다 책을 더 사게 되는 구조
도서전 굿즈의 묘한 지점은 ‘판매 굿즈’보다 ‘구매 사은품’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특정 출판사 부스에서 3만 원 이상 구매하면 에코백, 5만 원 이상 구매하면 노트나 파우치를 주는 식이다. 처음엔 책 한 권만 사려고 했는데, 사은품 기준 금액까지 7천 원 남았다는 말을 들으면 갑자기 책 한 권을 더 고르게 된다.
솔직히 이 방식은 꽤 잘 먹힌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차피 읽을 책을 조금 더 사는 셈이고, 굿즈까지 받으면 덜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집에 와서 보면 읽을 책이 갑자기 4권 늘어 있고, 사은품 파우치는 비슷한 게 이미 서랍에 있다. 그래서 구매 전에는 ‘이 굿즈를 돈 주고도 샀을까?’를 생각해보는 게 꽤 도움이 된다.
현장에서 느낀 기준은 단순했다. 실사용할 수 있는 굿즈는 만족도가 높고, 예쁘기만 한 굿즈는 보관함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았다. 에코백, 노트, 책갈피, 파우치처럼 바로 쓸 수 있는 물건은 오래 남는다. 반면 포스터나 대형 엽서는 집에 붙일 공간이 없으면 결국 말린 채로 보관된다. 물론 수집 자체가 즐거운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굿즈를 제대로 보려면 동선이 중요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사람이 많을 때 정말 빠르게 피로해진다. 인기 부스 앞은 줄이 생기고, 통로가 좁게 느껴질 정도로 붐비기도 한다. 그래서 굿즈를 중심으로 본다면 입장하자마자 전체를 천천히 돌기보다, 먼저 관심 있는 출판사나 공식 굿즈 판매처를 확인하는 게 좋았다.
내가 해보니 가장 편한 방식은 세 단계였다.
- 처음 30분은 사고 싶은 굿즈가 있는 부스 위치를 먼저 확인한다.
- 바로 품절될 것 같은 한정 굿즈는 초반에 산다.
- 무겁거나 부피 큰 책은 마지막에 구매한다.
굿즈는 작아서 먼저 사도 괜찮지만, 책은 쌓이면 체력이 훅 떨어진다. 특히 하드커버 책 3권만 들어도 어깨가 바로 반응한다. 그래서 에코백을 살 계획이라면 초반에 하나 사서 쇼핑백 대신 쓰는 것도 괜찮았다. 단, 끈이 얇은 에코백은 책 무게를 오래 버티기 어렵다. 바닥 폭이 있고 끈이 넓은 제품이 실제로는 훨씬 편했다.
또 하나는 현금보다 카드 결제가 편하다는 점이다. 대부분 카드 결제가 가능했지만, 부스마다 결제 줄이 따로 생기는 경우가 있어서 빠르게 사고 빠지려면 미리 살 목록을 짧게 만들어두는 게 좋았다. 현장에서 예쁜 걸 계속 보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이건 정말 체감했다.
내 기준으로 만족도 높았던 굿즈
여러 가지를 보고 나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건 책갈피와 얇은 노트였다. 책갈피는 가격 부담이 적고 실제로 자주 쓰게 된다. 종이 책을 여러 권 동시에 읽는 편이라면 책갈피는 많아도 크게 곤란하지 않다. 노트도 마찬가지다. 너무 두껍고 비싼 노트보다, 가볍게 독서 메모를 남길 수 있는 얇은 노트가 손이 자주 갔다.
반대로 내 기준에서 조금 애매했던 건 큰 포스터였다. 현장에서는 멋있어 보이는데, 집에 와서 붙일 벽을 찾기 시작하면 난도가 올라간다. 액자를 사야 하나 고민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포스터보다 액자가 더 비싸지는 상황도 생긴다. 그래서 포스터는 정말 좋아하는 작가, 정말 좋아하는 문장, 실제로 걸 공간이 있는 경우에만 고르는 편이 낫다고 느꼈다.
서울국제도서전 굿즈는 결국 ‘기념’과 ‘실사용’ 사이에서 고르는 물건이었다. 행사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들뜬 분위기 때문에 평소보다 지갑이 쉽게 열리지만, 그중 몇 개는 오래 쓰는 물건이 된다. 나는 다음에 간다면 책갈피, 노트, 튼튼한 에코백 정도만 먼저 보고, 나머지는 한 바퀴 더 돈 뒤에 고를 것 같다. 굿즈는 작지만 취향은 꽤 선명하게 남아서,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올려두면 그날의 북적이던 분위기가 은근히 다시 떠오른다.
